[090205] 워낭소리

날 것, 생 날 것 그대로의 삶을 작디작은 스크린에 담는 것.
그게 얼마나 위대하면서도 조악한 일인지 마음껏 깨달은 날이었다.
눈물, 눈물, 눈물, 통곡.

뭐가 그리 슬펐을까.
나도, 그리고 주변 사람들도.
할머니, 할아버지의 대사를 알아듣기 어려워 자막이 등장하고..
그들의 생활에 웃음을 터뜨리다가도 또 울먹이고.

물론 연출된 부분도 있겠지.
하지만 소를 팔러 가기 직전, 할머니, 할아버지의 눈물, 그리고 소의 눈물은 그 누가 연출할 수 있을까.
큰 눈을 꿈뻑거리며, 사람이 직접 걷는 것보다 느리게 수레를 몰았던 소는 행복했을 것 같다.
소를 너무 부리는 게 아니냐는 원망섞이 말이 나오는 걸 들었는데.. 글쎄..
소를 걱정해 집에 두고 쉬게했다면 정말 소가 행복했을까?
겨울, 겨울을 날 땔감을 한짐 끌고 오면서 소는 뿌듯하지 않았을까.
내 마지막 일로, 40년 친구가 겨울에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겠구나, 생각지 않았을까?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눈빛이 왜 그렇게 먹먹하던지.
털은 다 헤지고, 윤기를 잃고,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하면서도
그 해의 농사를 다 지어주고 떠난 녀석을 보니 괜히 마음이 숙연해지더라.
소를 장사지내준 자리에 막걸리를 뿌려주며 바라보던 할아버지의 표정도 가슴 아팠고.
소를 팔자며, 소가 얼른 죽어야 당신 팔자가 핀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할머니도..
소가 죽을 때, 먼저 가면 어쩌냐고 눈물 짓던 모습에 소는 행복했겠지.

워낭소리. 그 소리가 울릴 때면 할아버지는 아픈 머리를 쥐고도 눈을 뜨고 소를 바라본다.
소는 할아버지 곁을 지키며 음메- 소리를 내며 라디오 흐르는 수레를 이끌 뿐.
딸랑딸랑- 그 워낭소리가 귓가를 울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눈물이 난다.
봄이 와 밭을 갈고, 모를 심고, 여름에 풀을 메고, 가을에 추수를 하고 겨울에 땔감을 준비하는
그 농사꾼 부부의 삶을 40년이나 함께한 소의 눈빛이 내 가슴에 박혀있을 듯하다.

by 공중그네 | 2009/02/05 11:58 | 공그의 문화생활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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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토마 at 2009/02/05 13:27
나 군생활 끝났어 <- 좀있음 전역
Commented by only at 2009/02/06 09:59
좋은 영화를 보았군..
Commented at 2009/02/15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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