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영화] 눈물이 주룩주룩

나는 원작에 딸린 영화는 거의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원작이 좋든 나쁘든 말이다. 영화에 딸린 원작이 아니라, 원작에 딸린 영화. 원작이 좋은 경우, 그것을 가지고 만든 영화는 50% 정도의 신뢰도를 가지고 가는데(본인에게) 그 신뢰도가 바닥을 보인 게 강풀의 순정만화였다. 강풀의 순정만화로 인해 원작에 딸린 영화를 보는게 두려웠는데... 얼마전에 재도전을 해보았다. 원작에 딸린 영화 도전기라고 이름을 붙여도 좋을 만큼...

사실 일본영화는 많은 작품이 원작에 바탕을 두고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열편 넘게 드라마, 영화로 제작됐고(용의자 X의 헌신은 4월에 개봉한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도쿄 타워>, <유레루> 다들 한 번씩 들어봤던 작품들 모두 원작이 존재한다. 애니메이션 <반딧불의 묘>의 원작이 있는 걸 알고도 놀랐었지. 원작(책)이 다양한 방향(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등)으로 뻗어나가는 건 일본을 능가하기 힘들 듯 싶다.

<눈물이 주룩주룩>을 접한 건 우연찮게도 Mnet에서였다. 원더걸스의 미안한 마음? 이 곡의 뮤직비디오가 <눈물이 주룩주룩>이더라. 내용도 모르고 아무 것도 모르는데 눈에 익숙한 배우들이 나와서 꼼짝않고 지켜봤다. 우리나라에 유명한 츠마부키 사토시. 나가사와 마사미가 주연인 영화. 게다가 원작이 있댄다. 바로 원작을 빌려봤고, 얼마전에 영화를 봤다.

그 결과...




원작에 엄청나게 충실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원작하고 똑같다. 각색이고 뭐고 필요없고, 그냥 원작을 시나리오화 했구나, 라고 생각하면 된다. 원작이 어떤가, 물어보면 볼만하다. 눈물이 주룩주룩 나올 정도로 슬픈 것도 아니고 웃음이 깔깔깔깔 나올 정도로 웃긴 것도 아니다. 그냥 정적인 바다같은 느낌? 큰 갈등이 없다. 줄기가 되는 갈등이 존재하지 않으니 긴장감이 떨어지는 맛도 없지 않다. 자잘한 갈등, 어린 시절 아버지의 가출, 어머니의 죽음, 요타가 섬에서 나가게 된 일, 요타의 연애, 재회...... 다양한 에피가 있지만 크게 관통하는 것이 없달까? 원작에 충실했으니 영화도 마찬가지.

나른할 정도로(조금 더 했으면 지루할 정도로) 흐르는 스토리 안에서 볼만한 것은, 역시 배우들의 얼굴 아닐까?


거적대기를 걸쳐도, 난닝구만 입어도 빛나는 이 남자의 얼굴. 선한 얼굴 가득한 매력이 장난 아니다. 일본내에서는 연기파 배우라고 불린다는데, 그런 것까지는 잘 모르겠고... 굉장히 잘생겼다. 옷이 날개가 아니라 얼굴이 날개인 셈. 내가 츠마부키 사토시를 처음 본 건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였다. 그 때 조제로 분한 여자의 연기가 완전 쩌쩌쩌쩌쩌쩔어서 이 남자를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이번에 새삼 다시 봤다. 너무 잘생겼어. 짜식.

끝까지 이 남자가 동생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행동 하나하나가 동생을 사랑한다는 마음이 가득해 찌잉한 맛은 있었다. 순애보, 한 여자만을 지키고 사랑하는 것에 무지무지무지무지 잘 어울릴 것 같은 얼굴인데... 웃는 걸 보면 여러 여자 울릴 것 같기도 하고. 표정이 다양하고 얼굴에 이목구비가 뚜렷해 뭘 해도 반짝반짝 빛나 보이더라. 완전 쑝간 듯.

미소년 같아 까악.... 난닝구만 입고 나오는데, 갑빠도 별로 없어서.... 더 미소년 같은 남자.
아... 이런 소년 같은 남자가 오빠라면...


내게 <라스트 프렌즈>의 악몽을 안겨준 나가사와 마사미. 근데 비주얼이 쩐다. 둘이 바라보고 있거나 나란히 서있으면 어머나, 이건 본 적없는 아름다움이야- 수준의 빛이 난다. 사토시가 키가 조금 작고 마사미가 큰 편이라 키 차이로 인한 훈훈함을 보긴 힘든데... 웃는 얼굴이 시원시원해서 둘이 웃고 있으면 화면이 꽉- 찬 느낌. 난 마사미가 이렇게 예쁜 줄 처음 알았다. <라스트 프렌즈> 때는 좀 부어 보이기도 했고, 우에노 주리 퐈이야! 모드였으며 마사미가 연기를 참... 발로 했기 때문에 밉상이었는데.. 이 뭐 비주얼이 연기를 다 눌러 재끼고 고개를 끄덕끄덕...

연기에 대해서는 뭐 말이 필요할라나 모르겠다. 와하하하하 웃고 말괄량이처럼 구는게 <라스트 프렌즈> 때의 그 구질구질한 연기보다는 잘어울린다. 집을 나가면서 오빠한테 사랑한다고 할 때는 조금 오- 싶더라. 원작에 지나치게 충실해서 내용을 모조리 알고 본 상태이기에 감동이 덜했던 거지, 아마 전혀 모르고 봤으면 어흑, 어떻게... ㅇㅈㄹ 했을지도 모르겠다. 마사미 역시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시원시원하게 생겨서 표정변화가 눈에 확확 띈다. 엥엥거리는 목소리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여동생의 목소리라고 치면 괜찮았던 듯. <라스트 프렌즈>의 악몽을 10g쯤 씻어줬다. 다행인 듯.


소재만 놓고 보면 상당히 진부하다. 혈연관계를 비틀고 비꼬면서 만들어진 영화나 드라마는 널리고 널렸다. 특히 어머, 알고 보니 배다른 남매, 어머, 알고보니 친남매... 핏줄이야기로 한 오십부를 이끈 <핏줄의 동쪽>(자매품: 에덴의 핏줄)도 있지 않은가. 부모가 재혼을 하면서 맺어진 혈연관계. 이 둘이 사랑한다면? 둘의 사랑은 사회나 세상의 허락을 받을 수 있을까? 일단 이런 소재로 많은 팬픽들을 보아온 나로선, 이런 경우는 존내 애절해질 것 같다. 마음은 끌리는데 세상의 이목, 제 부모의 이목... 대박...사실 이 영화를 보면서 떠오른게 <젊은 느티나무>라는 단편소설이었다. 이게 아마 수능에 나왔나...

당시 그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이란... 채만식 선생의 <치숙>, 故 박경리 선생의 <김약국의 딸들>을 보다가 저런 자극적인 소재라니!!! 이랬던 기억이 난다. <젊은 느티나무>에서 주인공 두 사람은 부모의 재혼으로 맺어진 남매 관계. 끄악. 둘은 서로를 좋아하고 그 마음을 깨닫고 피하고 나중에 룰룰랄라 해피엔딩을 암시한다.(끝까지 해피엔딩의 모습이 보여지진 않지만) 진짜 존내 감동이었는데... <눈물이 주룩주룩>도 그런 경로를 밟다가 삐끗한 경우라고 보고 싶다. 새드엔딩. 그 새드엔딩의 진짜 이유는 나오지 않는다. 둘을 맺을 수 없어서 요타를 죽인 건지, 절대 맺어질 수 없음을 암시하고자 요타를 죽인 건지, 카오루에 대한 헌신을 고이 간직하고 저세상으로 가라고 요타를 죽인 건지... 제목처럼 눈물을 주룩주룩 뺄려고 죽인 건지...

어떻든, 아쉬웠다. 진부해도, 열이면 열,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이라도 해피엔딩이 되길 바랬다.
결코 허락되지 않는 사랑이라 할지라도...

* 강력추천은 하지 않지만, 이런 류(뭔가 진부하지만 재미난)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한 번쯤 보길 바란다.


by 공중그네 | 2009/03/27 16:49 | 공그의 문화생활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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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Diver at 2009/03/27 19:34
난 이거 극장에서 보고.....좀 욕했는데
Commented by 공중그네 at 2009/03/27 21:58
이걸 영화관에서 본 너에게 경의를 표한다... 후...

냄비돈까스나 먹으러 가자. 오호호홀
Commented by 시어링 at 2009/03/28 10:56
이거 보지는 않았지만 내친구가 보면 새로운 세상을 볼려다 말거라고 했는대........
Commented by 토마 at 2009/03/30 00:47
이거 군대에서 보고 욕햇는대..
Commented by 공중그네 at 2009/03/30 10:59
군대에서 이런 것도 보여주냐? 얼굴만 봐, 얼굴만... ㅎㅇㅎㅇㅎㅇㅎㅇㅎ
Commented at 2009/05/20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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